저녁으론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고
모기들 극성을 부리는때,
중고등학교 방학이 끝나고 어렴어렴 교복입은 학생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그때가 울엄마 재사다.
올해는 유난스런 날씨덕에 누나가 알려준 다음에야 재삿날을 알았는데
거참... 뭐가 그리 바쁘다고 정신도 못차리고 사는지...
엄마 미안~
음식을 하고 상을 차리고,
지방을 붙이고 술을 따르고 첫 절을하려 엎드려 고개를 바닥에 숙였을때.
마음속으로 "잘 지내셨어요~"라고 인삿말을 내뱉고 나면 고개를 들지못할만큼 눈물이 났더랬다.
그리움인지 미안함인지 그 눈물에 대해 뭐라 정의내리진 못하겠지만 그냥 그렇게 펑펑 울었더랬다.
콧물 훌쩍이며 젓가락 옮기고 재사가 끝날 즈음에야 진정이 되었는데
진정이 될 무렵이면 재사를 너무 짧게 끝내는게 아닌가 싶은거이...
미안함이 또... 풉.
옛날 우리집에는 한옥의 대청과 비슷한 마루가 있었는데 여름이면 뒷마당에서 대문을 통해부는 바람이
그곳을 지나가느라 엄청 시원했었다.
전날은 밀린 일기를 몰아쓰느라 새벽이 되어서야 잠들었던것 같고
머리맡에는 숙제들을 가득담은 가방이 놓여있었던것 같다.
아버지는 출장중이셨고
어머니는 외가댁에 일이 있어서 가셨던걸로 기억한다.
이른새벽. 아직 알람이 울리기도 전인데 전화벨소리에 잠에서 깼다.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보겠냐고 물어왔다.
왜인지 모르지만 싫다고 대답했다.
...
별로 생각하고 싶은 기억이 아니다. 이얘기는 관두자.
집안행사는 대부분이 하반기에 몰려있다.
방학이 끝날 즈음해서 엄마 재사가 있고,
2~3주 있다가 시골로 벌초를 가야한다.
다녀오고 2~3주가 지나면 추석이 있고,
그리고 한달쯤 있으면 아버지 형제들 모임이 있다.
시골에 내려가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엄마 산소가 있음에도 친척들 만나는걸 좋아하지 않기에 내심 따로가서 엄마 산소만 벌초하고 왔으면 싶었다.
사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나이 많으신 큰아버지 작은아버지들이 온 산을뒤져 벌초하고 계실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야.
아무리 바뻐도 꼭 참석하려 한다.
오랜만에 엄마 생각좀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머리도 어지럽고 자꾸 딴길로 새는거이~
다음에... 다음에 다시 하련다.
엄마 미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