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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딴짓

일을 해야하는데 너무 짜증나고 답답하야~

역시나 멍잡고 계시다.

0708 일요일인데 새벽같이 일어나서 현장에 다녀오고 오후에는 사무실에서 이러고 있다.

담배.

퇴직.

이직.

사진.

술.

일.

발주.

물량.

기성.

정산.

수량.

단가.

노임.

작업팀.

공기.

그로기...

 

멍잡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들.

저중에 뭔가 하나를 잡아서 글을 써보고자.

그리하면 맘이 좀 진정될까 싶어 자판을 잡는다.

...


사진.

사실 나는 사진을 못찍는다.

그럼에도 못찍는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다.

내가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는걸 내 주변에서는 많이들 모른다.

얘기는 한두번 했음에도 진지하게 얘기해보질 않았으니~

사람 머리만한 카메라를 들고다닌다고 생각치는 않을게다.

 

가끔 아는 사람으로부터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거절을 한다.

중요한 순간 중요한 시간을 기록하기 위한것인데,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찍을줄 모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사진이 형편없다는걸 알기에 나는 그런 부탁이 들어오면 거절을 한다.

 

몇 해전에 친한형이 아들래미 돌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해왔다.

여러번 거절을 했지만 그냥 찍어만달라해서...

행사사진은 처음이었다.

스트로보를 꼽고 자동모드로 찍었다.

흔들리고 촛점도 안맞고...

그 후로 일년쯤, 안 좋은 일이 생겨, 그 돌사진이 그 형 내외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사진으로 남겨지게 되었고

형편없는 사진들로 미안해했던 마음은 더 무거워졌었더랬다.

그리고 그 마음은 글을쓰는 지금도 마찬가지...

 

언젠가 아부지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셨다.

어디라도 나가서 찍자고 내가 대답했고

아부지는 됐다고 하셨다.

그럼 그냥 이대로 찍자고 했지만 역시나 됐다고 하셨다.

사진을 찍은지는 수년이 지났지만 우리집에는 가족사진 한장 없다.

 

여자친구는 내가 사진찍는걸 싫어했었다.

그 친구를 찍는것도 싫어했으며, 다른것을 찍는것도 싫어했었다. 

반발심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사진이 더... 더 찍고 싶었던 시절이었다.

 

간혹 셀프사진을 찍는다.

못생긴 얼굴을 찍기 위함은 아니다.

그냥 떠오르는 생각들. 느낌들. 그 시간에 느끼던 것들이 담겨지길 바라고 찍어댄다.

결과는... 역시나 나만 좋아하는 사진.ㅋ

 

어제는 그로기"라는 제목으로 사진을 찍고싶었다.

샤워를 하고 물기가 마르기전 삼각대를 세워놓고 불 꺼놓고 담아내고 싶었다.

얼만큼 패배자의 눈을 하고있는지.

어깨는 또 얼마나 쳐져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이내 접었다.

너무 나약하고 추한게 담겨질까 겁이라도 났었는지, 아니면 언제나처럼 귀찮음인지 모르지만 그만두었다.

 

사진에 글을 쭉~ 늘어놓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을때 생각했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 다시볼때면 다른 생각과 다른 느낌을 갖게만들기에

하나로 정의해두고 싶지는 않다.

그냥 볼때마다 보는 사람마다에 다른것을 전해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것 같다.

 

나는 사진을 참 좋아한다.

더럽고 약해빠진 생각들을 부끄러이 입으로 떠들지않아도. 고해성사 할 수 있으니 좋고

멍하니 무작정 걸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니 좋다.

오롯이 "나"로만 존재할 수있는 시간을 선물해주는것도 좋다.

사랑하던 기억들을 고스란히 담아주니 그것도 좋고

취미가 무엇이냐 묻는 질문에 대답할 꺼리를 정해준것도 좋다.

 

별 심심찮은 이야기들이지만 "사진"이라는 글자에 짧은 순간 떠오른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