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라 으레 받게되는 단체문자에 짜증이 났더랬다.
몇년전 일때문에 잠깐 만나던 사람이거나
이름을 봐도 누군지 모르는사람
혹은 내 핸드폰에서 지워져 이름도없이 의미없이 울려대는 전화기에 짜증이 났다.
잊지않고 기억해 주었다는것에 감사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운전하는 내내 울려대는 인사가 노이즈처럼 느껴졌다.
명절이라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의 앵무새같은 인삿말도 싫었다.
똑같은 말을 똑같이 세번 네번 되풀이 하는 나도 싫었다.
뭔가 잘못한 듯 말꼬리를 흐리는것도
대수롭지 않은듯 호기롭게 웃는것도 어색하긴 마찬가지였다.
내 생활이 특별히 잘못된게 없음에도
때에맞춰 남들이 하는것을 하지 못한다는건 죄인의 탈을 뒤집어써야만 하는 불편한 일인가보다.
...
민경이네 어머님이 한과세트를 보내오셨다.
왜 보내셨지?
잘 못 보내신건가?
인사전화라도 해야하나?
실수로 보내진것이라도 인사라도 해야 맞는일일테지만 마땅한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이레저레 마음이 불편해서 모른척하기로 했다.
주목받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 신경써주는게 편치않다.
개인적인 연애사를 궁금해하는것도
말꼬투리를 흐리면 집요하게 캐묻는것도
가십의 대상이 되는것도 싫었다.
내가 널 이렇게 신경쓰고있어 하는듯한 달갑지 않은 시선도
내가 다른사람에게 걱정거리가 되어있다는것도 영 불편하다.
그러니까 한미디로 나는 베베 꼬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