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ary

2011 크리스마스

12월23일. 

일은 내일로 미루고 그날은 피곤한 몸을 쉬고 싶었다.

좋아하는 치킨과 맥주를 사들고 집에와서 친구놈과 한바탕 수다를 떨며 폭풍 흡입한다.

그리고 10시가 되기전 곯아떨어졌다.

 


12월24일 새벽.

누나가 급하게 방문을 두드리며 나를 부른다.

문을열고 나가보니 깜깜한 가운데 주방 천장에 붉은빛이 춤추는...

불이다. ㅋ

불은 주방 천장을 타고 안방으로 번지는중.

정신차리고 물을 뿌린다.

파직. 소리와 함께 누전 차단기가 떨어진다.

깜깜한 어둠속에서도 빨간빛은 춤추고 있었다.

...

온몸에 물과 거뭇한 재를 뒤집어 쓴 다음에야 불길은 잡혔다.

 

메케한 연기와 불연소 가스가 어둠속에서 집안에 가득차 있었고.

급히 가스를 잠그고나니 소방차소리와 함께 소방대원이 들어와 이것저것 물었다.

...

 

새벽4시

소방대원이 철수하고 담당형사란 사람이 와서 이것저것 물었다.

그리고 조서를 꾸미려 옷을 대충 갈아입고 경찰서로 향한다.

...

처음 와보는곳, 당직중인 형사들은 눈이 충열되어있었고, 어디서 사고가 났었는지 연합일보 기자가 당직중인 형사들과 야식을 먹고있었다.

저쪽 구석에는 술취한 아저씨가 코를골며 자고있었고, 조금 지나니 여러 사연을 갖은 다양한 사람들로 경찰서 안은 시끌해졌다.

 

새벽6시

조서를 꾸미고 나와보니 눈이 내린다.

크리스마스구나. 주머니를 뒤져보니 지갑은 없고, 택시를 잡으려 동동발을 굴러보지만 힘들듯 싶어 난 걸어가기로 마음 먹는다.

...

몇해전인가... 아니 거의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이 길에 있었던것 같다.

철들기 전에는 친구놈들과 술자리로 밤을 지세웠고, 철든후에는... 친구놈들과 여자친구와 이 길에서 술로 밤을 지세웠다.

영민이놈과 새벽녘에 사랑한다며 30분을 붙잡고울었던 그 길도 지났고, 술먹고 채해서 20번 넘게 토악질해대던 그 길도 지났다.

울먹이며 나올때까지 기다리겠다던 희정이가 서있던 지하철역도 지났고, 우리집개가 아파서 끌어안고 찾아왔던 동물병원도 지났다.

...

 

아침8시

누전된 곳이야 배선을 바꿔야겠지만 우선은 보일러와 전기가 통해야한다.

어둑한 집에서 핸드폰을 의지해 배선몇개 교체하고 차단기를 올린 다음에야 잠을 청해본다.

...

 

24일 오전12시

계획대로면 회사에서 일해야 맞았지만 집이 이모양이니 청소부터 시작했다.

 

오후1시

해남으로 여행가셨던 아버지가 불났단 소식에 계획보다 일찍 집에오셨다.

 

...

 

오후5시

전기배선은 내가 손을 봤고, 가스배관은 아버지가 대충 점검하고서야 일단락 되었다.

 

저녘은 자장면으로 떼웠고...

 

참 바쁘고 힘든 크리스마스였다.

아... 25일 하루종일 곯아떨어졌다가 이제서야 일어났다.

에휴~ 내일까지 해야할 일이 산더민데 큰일이다.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