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기념일이었다. 쌘드위치데이라 금요일도 쉴 수 있었다.
특별히 머리아픈일은 없었다.
하고싶은 일도 없었다.
사랑한다 말할수는 없겠지만 보고싶었던건 사실이다.
같이 여행가자고 꼬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눈내리는 바다 본적있어? 바다위에 눈내리면 어떨까... 금욜에 눈내린다는데 그거 보러가자~"
지난주에도 만나서 영화보고 밥먹고 했지만 5년가까이 만나던 사람인데 만나러 나가는 그길이 설레인다.
헤어진지 7개월, 같이 여행가는건 9개월만인듯 싶다.
약속시간보다 늦게 그 친구가 나타나고 그저그런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오른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멀미가 난다고 한다.
예전에 그랬던것 처럼 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여자애가 운다.
여자애 핸드폰이 바삐 울린다.
남자 목소리가 들려오고 몇통의 문자를 주고 받는다.
"누구야?"
"남자친구~ 헤어지자고 했는데..."
...
남자친구가 있었구나.
왜 말하지 않았을까?
이 친구에 관한건 뭐든지 알고있다고 생각했다.
목소리의 떨림만 들어도 거짓말인지 아닌지, 어디가 아픈지 졸린지 분별할 수 있었고
눈빛만봐도 슬픈지 기쁜지 행복한지 화났는지 알고있다고 생각했었다.
...
변했구나.
아니, 처음부터 내가 몰랐던걸지도 모른다.
갑자기 낯설어진다.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도둑맞았다는 생각도 들고. 머리가 복잡해온다.
...
갑자기 기분이 확 나빠지며 일기쓰기도 귀찮아졌다.
관두자 ㅋ